가사
재현된 서양화 뒤편에
흑백의 빌딩이 떠올라
왼쪽으로 이십칠 센티
잠들지 않는 창문 하나
세 번의 빛
한 번의 침묵
우연은 늘
내 쪽으로 기울어
선명해져, 선명해져
지울수록 선명해져
없는 눈이 나를 보고
닫힌 창이 나를 불러
흐려져, 더 흐려져
얼굴들은 번져가는데
아무것도 없는 사진에
왜 나만 남아 있지
창문을 세던 손가락에
하나씩 밤이 묻어나고
불이 꺼진 자리마다
감은 눈이 늘어나
검정은 희게
흰색은 검게
뒤집힌 밤이
제 색을 찾아가
선명해져, 선명해져
지울수록 선명해져
없는 눈이 나를 보고
닫힌 창이 나를 불러
흐려져, 더 흐려져
얼굴들은 번져가는데
아무것도 없는 사진에
왜 나만 남아 있지
없던 것이 선을 얻고
그 선은 증거가 되어
한 번 믿어버린 것에는
존재조차 필요 없어
선명해져, 선명해져
감출수록 선명해져
꺼진 눈이 나를 보고
없는 입이 나를 불러
흐려져, 다 흐려져
마지막 얼굴이 번지면
아무것도 없는 사진이
나보다 먼저 눈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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