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버틴다
아무도 안 듣는 데서
나는 소리를 낸다
쓴 걸 읽어 봐, 마음에 안 들어
지워, 다시 써, 그것도 안 들어
지우고 쓰고 지우고 또 지우고
남은 건 처음이랑 똑같은 한 줄
소리 내어 읽으면 어딘가 비어 있어
틀린 건 알아, 어디가 틀린진 몰라
단어가 틀린 건지 내가 틀린 건지
맞는 말인데 내 말이 아닌 것 같아
모르는 채 덮으면 나를 속이는 거라
못 놓겠어 이 줄 하나를
이를 물고 처음부터 다시
한 줄만 더, 한 줄만 더
손끝이 식어도
눈이 감겨도
입이 먼저 말해
나, 아직
버틴다
나는 버틴다
다 떨어져나가도
나 홀로 버틴다
지금 하는 소리는
개소리
사람소리 만들려고
버틴다
한 줄 쓰고 지우는 손이 느려져
커서만 깜박여, 나보다 숨이 길어
읽던 소리가 중간에서 끊겨
방 안엔 내 숨 빼곤 아무 소리도 없어
어제도 이랬고 그제도 이랬는데
왜 오늘은 이 줄 하나가 안 넘어가
시계는 가는데 나만 멈춰 있어
앉은 자리가 조금씩 비어 가
버티다보면
공허가 찾아온다
어김없이
날 집어 삼킨다
버틴다
버틴다
나는 버틴다
다 떨어져나가도
나 홀로 버틴다
지금 하는 소리는 개소리
사람소리 만들려고
버틴다
주저앉는다
주저앉는다
어둠이
날 삼킨다
버…
그러다 다시 독기로
버틴다
나는 버틴다
다 떨어져나가도
나 홀로 버틴다
개소리
사람소리 만들려고
버틴다
같은 줄, 같은 숨
처음부터 다시
버틴다 버틴다
버틴다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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