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차는 혼자서도 잘 가
나는 나를 못 데려가
길을 잃은 건 아닌데
도착하고 싶지가 않아
아침 일곱 시 반
늘 지나던 길 위에
어제와 똑같은 노래가
오늘도 나를 데려가
빨간불 앞에 멈추면
나도 잠깐 멈춰야 하는데
차는 알아서 쉬어 가고
나는 쉬는 법을 잊었네
어디로 가냐고 물으면
주소 하나쯤은 말할 수 있어
근데 왜 거길 가느냐고 물으면
대답이 길어지다 끝내 없어
자율주행, 자율주행
내 하루가 알아서 흘러가
핸들을 잡지 않아도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와
자율주행, 자율주행
잘못된 길도 아닌데
차는 목적지를 아는데
나는 왜 나를 모를까
어디쯤 온 걸까
어디까지 가야 할까
길을 잃은 게 아니라
가고 싶은 곳을 잊었나 봐
누군가는 나를 보고
참 열심히 산다고 해
틀린 말은 아닌데
그 말이 왜 이렇게 허전해
월요일을 건너 금요일
또 한 주를 잘 지나왔어
무사히 도착한 사람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었어
가끔은 궁금해져
내가 정해 놓은 이 길을
정말 내가 원했던 건지
그냥 익숙해진 건지
속도를 조금 줄이면
뒤처지는 것만 같아서
멈추고 싶은 마음마저
모른 척 지나쳐 왔어
자율주행, 자율주행
내 하루가 알아서 흘러가
핸들을 잡지 않아도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와
자율주행, 자율주행
잘못된 길도 아닌데
차는 목적지를 아는데
나는 왜 나를 모를까
오늘은 조금 돌아갈래
누가 정해 놓은 길 말고
늦어도 괜찮을 것 같아
처음으로 내가 고른 길이라면
내비게이션은 말하겠지
경로를 다시 찾는 중이라고
그래, 나도 그러는 중이야
내가 원하는 삶을 찾는 중이야
자율주행, 자율주행
이젠 잠깐 꺼두려 해
내가 어디로 가는지는
내가 정하고 싶어졌어
자율주행, 자율주행
조금 헤매도 괜찮아
차는 목적지를 찾아도
내 인생은 내가 찾아갈래
오늘은 길을 좀 잃어볼래
어쩌면 그게
나를 찾는 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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