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과거 보러 한양 가는
겁 없는 선비 하나 있네
낮에 주막 큰소리로
호랑이도 벗이라 했네
귀신이오?
데려오시오!
도깨비오?
술이나 따르라 하오!
산길 들어 반 시진쯤
그 큰소리 어디 갔나
나뭇가지 흔들리자
헛기침만 세 번 했네
선비님—
바람이겠지.
선비님.
어—허! 아이고!
달 뜨면 난리 난다
난다—난리 난다
장구 치면 달이 돌고
발끝 따라 밤이 돈다
오라 하면 멀어지고
가려 하면 따라온다
달 뜨면 난리 난다
오늘 밤이 난리 난다!
붉은 치마 달빛 아래
고운 여인 웃고 있네
분명 저만치 서 있었는데
눈 깜빡하니 곁에 있네
왜 뛰었소?
누가 뛰었소?
걸음이 좀 빨랐을 뿐.
숨은 왜 차오?
……산길 운동이오.
모른 척 길을 재촉하니
그 여인이 따라오네
빨리 가면 먼저 있고
돌아가면 뒤에 있네
나 예쁘오?
달이 밝구려.
달 말고.
별도 많구려.
나 말이오.
……경치가 좋소.
겁쟁이.
신중한 거요.
달 뜨면 난리 난다
난다—난리 난다
붉은 치마 바람 타고
선비 마음 따라온다
도망가면 가까워지고
다가가면 사라진다
가지 마오—
그 말만은 잘 들리네!
그때 머리 위로 휙—
내 갓이 날아갔네
뒤를 보니 웬 도깨비
내 갓 쓰고 폼을 잡네
에헴!
과거 보러 한양 간다!
내 갓 내놓게!
싫은데?
산을 돌고 돌을 넘고
잡힐 듯이 또 달아나
도깨비를 쫓는 건지
장구 장단 쫓는 건지
어허—딱!
아이고—쿵!
그건 내 소리잖아!
이젠 내 장단이지!
갓을 잡으러 손 내밀다
한 바퀴를 돌아버리고
멈추려고 발을 세우니
반대 발이 먼저 나가
안 간다며?
가고 있네!
앞으로?
……옆으로.
어느새 등불 백 개 켜져
산속에 장터가 열리고
고운 여인 술잔 들고
갓 쓴 사내 장단 타네
나도 웃다 문득 보니
등골 한 번 서늘하네
등불 아래 고운 여인
발끝 아래 그림자 없고
술잔 들던 사내 하나
잔 속에는 얼굴 없네
북을 치던 늙은이는
손을 놓아도 북이 우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니
장구가 깊이 파고들고
두 걸음 앞으로 나가니
온 산이 함께 들썩이네
무섭기는 무서운데—
장단이 좋구나!
어허—딱!
아이고—쿵!
이제 좀 노네!
갓부터 내놔!
달 뜨면 난리 난다
난다—난리 난다
귀신들도 장단 타고
도깨비도 갓을 쓴다
쿵덕 한번 심장 뛰고
덩기덕에 달이 돈다
도망가려 마음먹고
한 바퀴 더 돌아간다!
겨우 춤판 빠져나와
숨을 한번 고르는데
차가운 손 내 손 잡으니
이젠 누군지 알겠네
내가 무섭소?
처음에는 그랬소.
지금은?
가까이 보니—
더 위험하오.
그럼 멀리 갈까요?
그럴 것까진 없소.
손이 떨리오.
장단 때문이오.
장구는 멎었는데?
……여운이 길구려.
더 가까이 갈까요?
그건 또 너무 빠르오.
겁쟁이.
신중한 거요.
처음부터?
……처음보단 덜하오.
달 뜨면 난리 난다
난다—난리 난다
이승인지 저승인지
오늘 밤엔 누가 아나
달이 돌고 마음 돌고
도망가던 발도 돈다
무섭다고 도망치다
아쉬워서 돌아본다
가지 마오—
이젠 안 가면 되잖소!
달 뜨면 난리 난다
난다아아—난리 난다!
해 떴다!
내 갓!
내일 줄게!
등불 하나 둘씩 꺼지고
귀신들도 안개가 되고
밤새 피해 다니던 여인
멀어지니 발이 멎네
내일도…
이 길로 다니시오?
왜 묻소?
길이 안전한지
확인하는 거요.
내가 있는데?
……그래서 묻는 거요.
안 무섭소?
무섭소.
그런데?
장단이 좋소.
그것뿐이오?
……내일 말하겠소.
내일 또 봐.
누가 온다고 했소?
……같은 고개요?
조금 일찍 와도 되오?
과거는 안 보냐!
……내년에도 있네.
내일 또 봐—
내일 또 봐.
내일 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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