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수조 안에 눈이 마주쳤다
누가 먼저 잡혀갈까
너?
나?
한쪽 구석 몸을 숨기고
뜰채만 보면 돌아선다
나갈 문은 하나뿐인데
오늘은 내가 아니길
입을 열고 입을 닫고
뻐끔, 뻐끔
숨을 산다
나도 아침마다 눈을 뜨고
어제와 같은 길을 돈다
오늘은... 아니길.
오늘만, 오늘만
나를 비켜가길
하루만, 하루만
더 살아보려고
우린 다 생선인간
뻐끔뻐끔 숨을 쉬고
뻐끔뻐끔
파닥파닥 발버둥치고
파닥파닥
바다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바다로 나갈 수 없는
좁은 수조 한 바퀴
또 한 바퀴
오늘도 살아남았다고
안도한다.
옆에 있던 하나가 없어졌다
잠깐 멈춰 돌아봤다
자리가 비자마자
내 몸이 먼저 움직였다
먹이 떨어지면 몰려들고
자리 하나 두고 밀어내고
살아남는 일이 바빠서
왜 사는지는 나중으로 미룬다
또 미뤄.
내일 생각은 내일 하고
오늘 먹이는 오늘 먹고
밀고, 치고, 비켜, 비켜
그래 봐야 제자리
오늘은 네 차례가 아니었다.
유리 너머 사람 얼굴
오늘 메뉴 고르듯 본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면
우린 모두 반대로 돈다
바다는 어떤 냄새일까
짤까, 차가울까
넓겠지.
누군가는 뜰채를 피했고
누군가는 오늘 잡혀갔다
내 차례가 아니란 이유로
잠깐 숨을 돌렸다
미안한 줄도 알면서
또 숨부터 쉬었다
살아남는 건 참 조용하다.
우린 다 생선인간
뻐끔뻐끔 숨을 쉬고
뻐끔뻐끔
파닥파닥 발버둥치고
파닥파닥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을 놓지 못하는
좁은 수조 한 바퀴
또 한 바퀴
다시 한 바퀴
바다로 나갈 수 없어도
아직은...
잡히고 싶지 않다.
뻐끔.
오늘도 숨을 쉰다.
아직.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