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잡고 나서는 계속 쓰고 있어
얼마나 쓰게 될지는 몰라
잘 쓰고 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계속, 써 가고 있어
쓰고 지우고,
썼다 지웠다
몇 번이고 반복했지만
언제나 다시 멀쩡하게
계속 쓸 수 있게 해줬어
아무리 강한 마음을 써도
있는 그대로 버텨주고
강한 마음이 바뀌게 되면
언제든 다시 지우고
쓸 수 있었어
어느새인가 손에 있던 연필은
샤프로 바뀌어 있더라
쓰고 있었으니까
써오던 대로 주어진 샤프를 잡고
예전처럼 쓰려고 했어
하지만,
예전처럼 쓰려고 하면
쉽게 부러져 버리고
부러지며 내 말을 끊더라
부러진 심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어서
쓰려던 자리가 아닌 곳에서
검게 번지고 있더라
나도 모르게
지울 자리가 늘어나고 있어
그래도 다시 지우고
쓸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쓰고 있었어
어째서일까
같은 자리에서
계속 써 내려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볼펜이 되었어
강한 마음을
더 강하게 쓸 수 있게 됐어
그런데,
지워지지 않아
한 번 쓰면
그 자리에 남아
지우려고
예전처럼 해봤어
하지만
지워지지 않더라
그래서 이제 나는
잘못 쓰게 되면
두 줄을 긋고
그 옆에 다시 쓰고 있어
계속 써 내려가면
보이는 글씨는 깨끗한데
지나온 자리에는
두 줄씩,
잘못 썼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이건....
지워지지 않더라.
그런 생각을 하며
쓰고 긋고,
쓰고 긋고,
다시 써 내려가고 있어
그래도 난
계속 쓸 거니까
열심히 글을 쓰고 있어
잘 쓰고 있는지는 몰라
하지만 계속,
써 가고 있어
조금 내가 졸았는지
눈을 떠보니
눈앞에는 키보드가 있었어
더욱 편하게
써 갈 수 있어
못 했던 말들이
많이 떠올라서
하나하나 쓰고 있어
연필로 쓸 때의
강한 마음이
키보드 자판을 통해
글이 되어가고 있어
Backspace.
잘못 쓰면 지우고
다시 할 말을 쓰고
또 지우고
다시 쓰고
흔적도 남지 않아
완성이다 싶을 때가 되면
Enter.
눌러야 하는데
누르려고 쓴 글인데
앞에 두니 겁이 나
누르게 되면
더는 지울 수 없으니까
지금도 손이 조금 떨려
그래도 나는.
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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