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괜히 우산을 접고
젖은 바닥을 밟아
어디로 가는지는
굳이 정하지 않아
불 꺼진 가로등 아래
숨을 한 번 고르고
아직 말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비가 멎기 전이라
옷은 아직 차갑고
돌아가도 되지만
나는 그냥 걷고 있어
아직 웃을 수는 없고
괜찮다 말하긴 이르고
그저 한 발씩
앞으로 가는 중
아직 바람은 없고
공기만 조금 달라져
아무 일도
시작하지 않았을 뿐
전화는 꺼둔 채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생각이 아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기억은 그대로인데
무게가 조금 달라
붙잡고 있진 않아
내려놓지도 않아
아직은 혼자인 게
이상하지 않은 밤
그저 여기까지
와 있었을 뿐
어제의 일들을
아직은 말하지 않고
서랍 어딘가에
그냥 넣어두고
비가 멎기 전
조금만 더 걷다
문을 나서면
바람이 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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