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사실은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네가 나를 부르는 밤과
네가 나를 잊는 아침이
너무나 다르다는 걸
그런데도 나는
그 차이를 사랑이라고 불렀어
네 하루가 무너진 어느 저녁
나는 마침 네 전화를 받았고
갈 곳 없던 네 마음 한구석에
내 작은 자리를 내어 주었지
넌 내가 참 편한 사람이라고
너와 있으면 참 좋다고 했어
나는 그 말에 이유를 붙였고
너는 그 이유를 묻지 않았어
네가 외로운 날엔 내가 있었고
네가 웃는 날엔 내가 없었어
약속은 늘 다음으로 미뤄졌고
기다림은 늘 내 몫이었지
한 번쯤은 네가 먼저 물어보길
나도 네가 보고 싶다고 말하길
그 작은 바람 하나 꺼내 놓으면
왠지 널 잃을 것만 같았어
나는 네 침묵에도 뜻을 찾았고
네 무심함에도 사정을 만들었어
사랑은 원래 어려운 거라면서
혼자서 우리를 지켜 냈어
그런데 왜
내가 힘든 날에는
너의 하루에
내 자리가 없었을까
사실 넌 나를 사랑한 게 아니야
외로운 밤에 내가 있었을 뿐이야
마침 네 얘길 잘 들어 주었고
마침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어
마침 네 마음이 비어 있었고
마침 내가 그곳에 들어갔어
내가 아니어도 괜찮았을 거야
그 자리에 누가 있었더라도
우린 운명이라 믿었던 순간에
너는 잠시 외롭지 않았던 거야
내가 너의 전부였던 게 아니라
네가 혼자가 아니었던 것뿐이야
마침, 너였고
마침, 나였고
그뿐이었어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쉽게 끝나 버린 우연
내가 서운함을 말하던 날부터
넌 조금씩 바빠지기 시작했어
전에는 길게 이어지던 통화도
이젠 잘 자란 말로 끝이 났어
내가 바라는 게 생겨 버린 순간
우리는 예전 같지 않았나 봐
너는 내가 달라졌다고 했지만
난 이제야 나를 말한 것뿐이야
돈을 달라 한 적도 없었고
네게 미래를 약속해 달란 적도
네가 가진 무언가를 원한 게 아냐
그저 네 마음이 궁금했을 뿐
그런데 내가 원한 그 작은 대답이
너에겐 무거운 짐이 되었나 봐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만
나는 좋은 사람이었나 봐
너는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을까
아니면 너조차 몰랐던 걸까
외로움을 사랑이라 믿은 건지
사랑을 할 수 없었던 건지
이제 와서 정답을 알아낸대도
돌아갈 마음은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어
내가 틀린 사랑을 한 건 아니야
사실 넌 나를 사랑한 게 아니야
네가 견디기 힘든 밤에 내가 있었을 뿐
마침 네 편이 되어 주었고
마침 네 잘못을 이해해 주었어
마침 네 외로움을 받아 주었고
마침 네가 편히 쉴 수 있었어
내가 아니어도 괜찮았던 거야
너는 그저 혼자이기 싫었던 거야
우린 영원할 거라 믿었던 시간에
너는 잠시 마음을 쉬었던 거야
내가 너의 사랑이었던 게 아니라
네 외로움의 끝에 서 있었던 거야
가장 아픈 건
네가 날 사랑하지 않았다는 게 아냐
사랑하지 않는 너를
사랑한다고 믿게 하려고
내가 얼마나 많은 밤을
나 자신에게 거짓말하며 보냈는지
그걸 이제야 알았다는 거야
네가 나빴다고 말하면 쉬울까
내가 바보였다고 하면 끝날까
하지만 우린 정말 함께 웃었고
그 순간까지 전부 거짓은 아니었겠지
다만 너에게는 잠시였고
나에게는 사랑이었을 뿐
사실 넌 나를 사랑한 게 아니야
이젠 그 말에 무너지지 않을 거야
마침 내가 네 곁에 있었다는 걸
이제는 나도 인정할 수 있어
마침 너를 만나 마음을 주었고
마침 너를 떠나 나를 배웠어
내가 아니어도 괜찮았던 너를
나까지 붙잡을 필요는 없잖아
우린 운명이라 믿었던 순간도
내 인생의 한 페이지로 남겠지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도
내 마음까지 가짜였던 건 아냐
다음에 누군가 내게 다가오면
외로운 눈빛만으로 사랑을 믿진 않을게
네가 잠시 머물렀던 그 자리에
이제는 내가 나를 채울 테니까
마침, 너였을 뿐
하지만 나는
진심이었어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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