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시동은 걸려 있는데
왜 난 출발을 안 했을까
라디오는 오래된 노랠 틀고
신호는 벌써 몇 번이나 바뀌었는데
스물에는 서른이 늙은 줄 알았고
서른에는 마흔쯤 다 알 줄 알았지
마흔 넘어 거울 앞에 서 보니까
아는 건 없고 흰머리만 늘었지
친구 놈은 아들 군대 얘길 하고
누구는 벌써 건물주가 됐다 하고
나는 카드값 문자를 넘겨보다가
오늘 저녁 소주나 한잔하자 하지
젊을 땐 시간이 남아돌았는데
요즘은 하루가 왜 이렇게 짧은지
눈 한번 감았다 뜬 것뿐인데
달력은 또 한 장을 뜯어가네
뛰라고 할 땐 걷고 싶었고
멈추라 할 땐 달리고 싶었어
세상은 계속 앞으로 가는데
나는 백미러만 보고 있었어
세월은 브레이크가 없는데
난 브레이크
세상은 액셀을 밟는데
난 왜 브레이크
청춘은 톨게이트 지나갔고
꿈들은 출구를 놓쳐버렸네
세월은 브레이크가 없는데
나는 왜
나는 왜
브레이크
허리가 아픈 건 날씨 탓이고
배 나온 건 회식 탓이라 하고
통장 잔고는 경제 탓인데
이상하게 술값은 내가 냈네
운동은 월요일부터 한다 했고
월요일 오면 다음 달부터
꿈은 내년부터 한다 했더니
내년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
사진 속 나는 참 어려 보이네
그때는 그것도 모르고 살았네
돈 없다고 투덜대던 그 시절이
지금 보니 제일 부자였네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었어
겁이 나서 미뤘던 거였어
실패할까 봐 멈춰놓고
세월만 빠르다고 욕했던 거야
누가 내 길을 막은 것도 아닌데
혼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겼네
못 간 게 아니라
안 간 거였네
세월은 브레이크가 없는데
난 브레이크
모두가 액셀을 밟는데
난 왜 브레이크
사랑도 몇 번 지나갔고
친구도 하나둘 멀어졌네
세월은 브레이크가 없는데
나는 왜
나는 왜
브레이크
잠깐만
세상이 너무 빨랐던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오래 서 있었던 건 아닐까
백미러 속에 있는 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길
근데 앞유리 너머에는
아직 길이 남아 있잖아
쉰이면 어때
예순이면 어때
엔진만 살아 있으면
다시 가는 거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
세월은 브레이크가 없으니
나도 이제 브레이크를 놓을래
늦었다고 말하는 놈들에게
내 인생은 아직 안 끝났다고 할래
청춘은 먼저 가버렸지만
꿈까지 보낼 필요는 없잖아
세월은 브레이크가 없으니
나도 간다
오늘부터
다시 액셀
세월아 먼저 가 있어라
천천히 따라갈 테니까
넘어져도 다시 시동 걸고
내 길은 내가 끝까지 갈 테니까
세월은 브레이크가 없는데
그래
이제 나도
브레이크가 없다
신호 바뀌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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