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Verse]
편의점 앞에 누가 지갑을 떨어뜨렸고
뒤에 걷던 남자는 발끝으로 그걸 밀었어
주변을 한번 보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아무 일도 없던 얼굴로 신호등을 건넜어
계산대 앞에선 할머니가 동전을 세고
뒤에 선 여자는 작은 한숨을 뱉었어
몇 초도 못 기다리면서 입으로는 말해
요즘 세상엔 정이 없다며, 참 편한 세상이지
누군가는 휴대폰을 들고 장면을 찍고
누군가는 찍지 말라며 더 가까이 붙고
도와주는 사람보다 구경하는 사람이 많아
다들 자기 역할은 꽤 잘 알고 있나 봐
[Verse]
점심시간 식탁에선 없는 사람 얘기
웃음이 터질 때마다 하나씩 더해지는 거짓
그 자리에 없는 놈은 반박할 수도 없지
그러니까 다들 용감해, 아주 정의로운 입이지
한 놈은 말해, 난 그런 사람 아니라고
다른 놈은 맞장구쳐, 나 같으면 안 그런다고
어제 걔가 빌려 간 돈은 아직도 못 받았고
오늘은 둘이 붙어서 셋째 놈 욕을 하고
나도 웃었어,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서
그 말이 틀린 걸 알면서도 괜히 입을 다물었어
집에 가는 길엔 내가 꽤 괜찮은 줄 알았지
남들보단 낫다는 생각이 제일 편했으니까
[Verse]
밤늦게 전화가 왔어, 아는 형의 목소리
급하게 돈이 필요하대, 이번 한 번뿐이래
전에 했던 약속들은 벌써 몇 번 밀렸고
이번에도 믿어 달란 말만 길게 이어졌어
거절하면 내가 나쁜 놈이 되는 기분
빌려주면 내가 바보가 되는 기분
누가 누구를 이용하는 건지 헷갈리다가
결국 전화를 끊고 그 사람 욕을 했어
그런데 문득 생각났어, 나도 누군가한테
미안하단 말로 시간을 번 적이 있었네
사정이 있었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내가 하면 이유고 남이 하면 변명이라고
[Outro]
오늘 본 장면들을 머릿속에 다시 세어 봐
지갑을 주운 남자, 식탁에 앉은 사람들
전화를 끊은 나까지 전부 한 줄에 놓고 보니
목격자는 따로 없었네.
다들 자기 장면에선
자기가 주인공이었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