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그날 우리가 스치기만 했다면
이토록 긴 밤은 없었을까요
하필 같은 처마 아래 서서
그치지 않는 비를 기다렸죠
그대 소매가 내 손에 닿을 때
우리는 서로 한 뼘 물러나
아무렇지 않은 말을 고르다
또 한참을 빗소리만 들었죠
묻지 않아도 알고 있었죠
나와 같은 곳에서
그대 말끝도
자꾸만 멎는 까닭을
모르는 척 그대를 봅니다
그대도 모르는 척 웃어 주세요
눈길 하나 오래 머물렀다간
애써 접은 마음이 펴질 테니
우리 사이 꽃은 피지 말아요
꽃이 지면 흔적이 남을 테니
끝내 하지 못한 그 말 대신
오늘도 평안하시라 빌어요
여럿 속에 그대 웃음 들리면
돌아보려던 고개를 낮췄죠
내 앞에 조용히 놓인 찻잔에
고맙다는 말만 겨우 건넸죠
해가 짧아 먼저 간다는 말에
그대는 한동안 대답이 없어
문턱 너머 바람이 찬데도
우리는 문을 닫지 못했죠
알고 있어요 그대 마음을
그래서 더 물을 수 없죠
대답 뒤에 찾아올 아침을
우린 함께 맞을 수 없으니
모르는 척 그대를 봅니다
그대도 모르는 척 웃어 주세요
눈길 하나 오래 머물렀다간
애써 접은 마음이 펴질 테니
우리 사이 꽃은 피지 말아요
꽃이 지면 흔적이 남을 테니
끝내 하지 못한 그 말 대신
오늘도 평안하시라 빌어요
차라리 나 혼자 품었다면
그대 탓을 하며 잊을 텐데
돌아서던 그대 어깨가
나와 같이 떨리고 있어서
오지 말란 말도 못 하고
기다린단 말도 못 하고
그날처럼 처마 끝에 서서
다 그친 비를 바라봅니다
모르는 척 나를 지나가요
나도 모르는 척 비켜설게요
우리 같은 순간 돌아보면
다시는 걸음을 뗄 수 없으니
우리 사이 꽃은 피지 않아도
어찌 이리 향은 깊어 가나요
끝내 하지 못할 그 말 대신
부디 오래 평안하시라 빌어요
그대 마음 이미 알았노라고
그 말마저
내 안에만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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