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아침 여덟 시
세상은 정확하게 돌아갔다
어제까지 나를 알던 사람들이
오늘은 내게 길을 물었다
현관 앞에 놓인 신발은 내 것인데
집 안의 누구도 주인을 몰랐지
오래된 사진 속 빈자리 하나
분명 거기서 내가 웃고 있었는데
내가 쓴 편지엔 낯선 이름이 있고
내가 심은 나무엔 다른 이름표
웃기는 일이지
내가 사라진 것도 아닌데
모든 증거가 나를 부정하네
이름이 지워지면
사람도 지워지는가
누군가 기억해야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나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내가 없어도 저녁은 오겠지
그런데 말이야
아무도 모르는 이 두 손으로
나는 아직 무언가를 만질 수 있어
그것마저 거짓이라면
도대체 진짜는 어디 있나
어느 유명한 사람의 동상 앞에서
사람들은 그가 위대했다고 말해
정작 그가 누구를 미워했는지
누구에게 미안했는지는 모르면서
기억이란 참 편리한 물건이야
불편한 부분은 잘라 내고
그럴듯한 이야기로 다시 묶어서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는 이름을 남기려 하고
누군가는 이름을 숨기려 하지
서로 다른 길을 걷는 것 같아도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어
누가 나를 기억할까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아니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기엔
우린 너무 오래 외로웠지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내가 없어도 저녁은 오겠지
그래도 말이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오늘에
나는 아직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어
기다림마저 거짓이라면
왜 이렇게 시간이 더딘가
자, 이제 계산해 보자
한 사람이 살아온 날들
그가 건넨 인사와
그가 망쳐 버린 약속들
누군가를 살린 말 한마디
누군가를 울린 무심한 표정
그 모든 것을 더하고 빼면
한 사람의 무게가 나올까
우리는 숫자가 아니라고 외치면서
서로를 숫자로 기억하지
몇 살에 무엇을 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아봤는지
그러니 대답해 봐
아무도 박수 치지 않는 삶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가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내일도 같은 자리에 있겠지
내가 지나간 길을 덮어 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발자국을 받겠지
하지만 나는
이름도 남지 않을 그 길 위에서
넘어진 누군가를 일으켜 세웠어
그 사람이 나를 잊는다 해도
그날은 없던 일이 되지 않아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내 이름을 묻지 않았고
나도 굳이 말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걸로 충분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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