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잘 지내?
응
너는?
나도
잘 지내?
응
밥은 먹었어?
응
잠은 좀 자?
응
요즘 괜찮아?
응
말은 짧아지고
하루는 길어지고
잘 지내?
응
그 두 글자면
다 끝나니까
아침부터 몇 번이나
괜찮다는 말을 했고
웃을 일도 아닌데
같이 웃고 지나갔네
누가 오늘 어땠냐 묻길래
별일 없었다고 했지
별일 없던 하루치곤
집에 오는 길이 참 길었네
현관 불도 안 켠 채
신발만 벗어두고
TV를 켜놓고도
화면은 보지 않았네
조용한 방 안에서는
내 생각이 너무 커져서
괜히 냉장고를 열었다
아무것도 꺼내지 않고
물 한 잔 따라놓고
한 모금도 안 마셨네
잘 지내?
응
밥은 먹었어?
응
잠은 좀 자?
응
요즘 괜찮아?
응
말은 짧아지고
하루는 길어지고
잘 지내?
응
그 두 글자면
다 끝나니까
오랜만에 울린 전화
뜨는 이름 한참 보다
받자마자 들려오는
“별일 없지?”
한참 말할 수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먼저 나온 건
“응”
잠깐 조용해진 뒤에
너도 작게 웃었지
그 짧은 틈 사이로
못한 말이 참 많았는데
서로 잘 지낸단 말 하나로
또 하루를 덮었네
끊고 난 뒤 화면 위에
통화 시간이 남아 있고
짧은 몇 분 사이에
왜 이렇게 말이 많았을까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방 안에 오래 남아 있네
별일 없어
응
그냥 그래
응
잘 지내지
응
말할수록
말은 더 짧아졌네
잘 지내?
응
밥은 먹었어?
응
잠은 좀 자?
응
요즘 괜찮아?
응
말은 짧아지고
하루는 길어지고
잘 지내?
응
그 두 글자 뒤에
할 말이 너무 많아
가끔 엄마가 묻지
요즘 밥은 잘 먹냐고
대답은 늘 똑같아
“응, 걱정하지 마”
친구는 술잔 들고
요즘 사는 게 어떠냐 하고
나는 웃으며 말하지
“다 똑같지 뭐”
근데 집에 돌아오면
그 말들이 따라와
잘 지낸단 말 하나를
하루 종일 몇 번 했는지
남한테 한 거짓말보다
내게 한 말이 더 많았네
괜찮다고
괜찮다고
그 말을 오래 하다 보면
정말 그런 줄 알게 될까
잘 지내?
…
이번엔
대답이 조금 늦었네
잘 지내?
…
왜 오늘은
쉽게 안 나오지
응
응
응
참 쉬운 말인데
오늘은
조금 어렵네
잘 지내?
…
응
아니
잘 모르겠어
오늘은 좀 길었고
괜히 마음이 무거웠고
별일은 없었는데
조금 지쳤어
말하면 별것 아닌데
입 밖으로 내놓으니까
내가 생각한 것보다
조금 더 힘들었나 봐
근데
밥은 먹었어
내일도 일어나야 하고
아침이 오면 또 누군가
잘 지내냐고 묻겠지
그때는
조금 천천히
대답해 보려고
잘 지내?
…
조금은
응
너는?
…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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