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잘 달려왔다고 생각했어
익숙한 길 위에서
하루를 또 접어 넣으며
근데 어느 날
마음이 먼저 멈춰 섰어
늘 뜨겁던 하루가
조금씩 식어가더라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는 빠른 사람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고
마음을 얹는 사람이었어
나는 마음을 내리는 사람
천천히 한 잔을 채우는 사람
조금 느려도
오래 걸려도
향이 번지길
기다리는 사람
나는 마음을 내리는 사람
작은 온기를 건네는 사람
서로의 하루가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물을 데우고
한참을 기다리는 동안
나도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왔어
누군가는 느리다 하고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한 방울 한 방울
그게 내 마음인 걸
나는 마음을 내리는 사람
천천히 한 잔을 채우는 사람
조금 느려도
오래 걸려도
내 마음까지
함께 우려내는 사람
나는 마음을 내리는 사람
따뜻한 시간을 건네는 사람
내가 살아온 이곳에서
사람들과 나누며
그렇게 다시
살아가는 사람
오늘도 천천히
한 잔을 채우며
나도 조금씩
채워져 간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