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창문을 조금 열어 둔 오후
바람이 종이를 넘기고
쓰다 만 네 이름 하나
가을빛 아래 번져 있어
몇 번을 접었다 편 흔적
손끝에 희미하게 남아
보내지 못한 그 계절만
종이 위에서 늦어지고
끝내 마침표를 못 찍었어
네 이름 다음에
가을이 몇 번을 지나가도
그 한 줄은 그대로야
다 쓴 줄 알았던 우리인데
왜 마지막은 비어 있는지
나는 아직 네 이름 뒤에
마침표를 못 찍었어
거리엔 낙엽이 쌓이고
해는 조금 일찍 저물고
같이 걷던 길 끝에서
긴 그림자만 먼저 가네
주소는 이제 흐려졌는데
글씨는 이상하게 선명해
버리지 못한 봉투 하나
계절보다 오래 남았어
끝내 마침표를 못 찍었어
네 이름 다음에
사람은 몇 번을 달라져도
그 한 줄은 그대로야
다 지난 일이라고 말하면서
왜 마지막은 비워 두는지
나는 아직 네 이름 뒤에
마침표를 못 찍었어
언젠가 우연히
이 편지가 네게 간다면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돼
마지막만 봐줘
거기엔 아무 말도 없어
네 이름 하나
그리고—
끝내 마침표를 못 찍었어
네 이름 다음에
가을이 몇 번을 지나가도
그 자리만 비워 두었어
우리에게 남은 게 없다 해도
딱 하나 남겨 둔 게 있다면
나는 끝내 네 이름 뒤에
마침표를 못 찍었어
창문을 닫으려다
한 번 더 종이를 접고
네 이름 뒤 빈자리엔
오늘도
아무것도 쓰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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