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야. 그 사진 지워.
왜?
나 눈 감았잖아.
근데 너 웃고 있잖아.
그건 남겨.
지우지 마—
밤 열한 시, 편의점 앞
깜빡이던 파란 간판
한 장만 찍고 가자며
넌 내 소매 끝을 잡아
하나, 둘, 셋— 찰칵!
야, 나 아직—
늦었어.
눈 감았네.
근데 웃네.
손끝으로 화면을 넘기다
그 한 장에서 멈췄어
흐릿하게 번진 불빛 너머
내가 모르는 표정 하나
뭐가 보여?
잠깐만…
난 내가 웃는 줄도 몰랐어
그날 밤
눈 감은 얼굴이 먼저 말했어
좋았다고
잘 나온 사진은 또 찍으면 되지만
그 순간
네가 날 웃게 했단 건 다시 못 찍어
그 사진 지우지 마
지워?
안 돼.
흐릿해도
그대로 둬.
집에 돌아와 불을 끄고
무심하게 폰을 켰어
네가 보낸 사진 한 장
괜히 몇 번을 확대해
'다시 찍자' 적었다가
보내기도 전에 지워
그제야 눈에 들어왔어
넌 렌즈 말고 날 봤어
다음엔 눈 뜨고 찍자.
그럼 넌 나 볼 거야?
…보겠지.
말은 잘하네.
말 못 했던 그 한마디가
사진 한 장에 다 있더라
난 내가 웃는 줄도 몰랐어
그날 밤
네 시선 하나가 먼저 말했어
좋았다고
흔들린 화면에 네 마음이 남았어
그 눈빛
나는 한참 뒤에야 그걸 알아봤어
그 사진 지우지 마
돌아오는 길엔 몰랐어
그냥 피곤한 날인 줄 알았어
좋은 일 하나 없었다고
혼잣말하며 누웠는데
화면 속의 난 웃고 있더라
그날이 좋았던 게 아니라
네가 있어서
좋았어—
난 내가 웃는 줄도 몰랐어
그날 밤
눈 감은 나를 넌 보고 있었어
그대로
잘 나온 사진은 내일 또 찍으면 돼
하지만
네가 날 웃게 한 밤은 한 번뿐이야
그 사진 지우지 마
지우지 마.
잊지 않게.
잘못 나와도.
웃고 있잖아.
야. 그 사진…
또 지워?
아니. 원본 보내.
이미 보냈잖아.
한 번 더 보내.
지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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