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거기 잠깐
왜 그렇게 빨리 가
뒤에 누가 따라오는 것 같지?
맞아, 나야
달 밝은 밤에 혼자 걷길래
그냥 심심해서 따라왔어
뒤돌아보면 나무 뒤에 숨고
다시 걸으면 또 따라가고
겁먹은 얼굴 미안하긴 한데
조금 웃겨서 한 번 더 했어
누구냐 크게 소리치길래
슬쩍 얼굴 내밀어 봤지
왜
나 불렀어?
잠깐만 오해하지는 마
잡아먹으러 온 건 아니야
나도 오늘 딱히 약속 없고
너도 혼자인 것 같아서
난 드라마처럼
잘생긴 도깨비가 아니야
긴 코트도 없고
멋진 차도 없어
비 오게 할 줄도 모르고
문 하나로 외국도 못 가
대신 씨름은 자신 있으니까
딱 한 판만 하고 가
오늘 밤 좋다
분위기 좋다
도깨비도 외로운 밤이 있다
집에 가긴 조금 이르잖아
우리 딱 한 판만 놀자
근데 너 휴대폰은 내려놔
사진 찍으면 곤란하잖아
인터넷에 얼굴 올라가는 날엔
나도 산에서 못 살아
필터 정도는 씌워준다면
한 장쯤은 생각해 볼게
근데 잠깐 각도는 이쪽으로
왼쪽 얼굴이 조금 나아
뭐
도깨비도 사진발 중요해
그리고 한 가지 알려줄게
소문처럼 돈은 많지 않아
금 나와라 뚝딱 해봤는데
나도 안 나오더라
난 드라마처럼
잘생긴 도깨비가 아니야
근사한 집도 없고
명함 한 장 없어
소원 세 개 들어주는 건
그건 내 담당도 아니야
대신 오늘 네가 심심하다면
밤새 웃겨줄 순 있어
오늘 밤 좋다
분위기 좋다
도깨비도 친구가 필요하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우리 한 판 더 놀자
사람들은 날 보면 도망가고
무섭다는 이야기만 남았지만
사실 나도 별거 없어
달 좋은 밤이면 돌아다니고
마음 맞는 사람 하나 만나면
괜히 집에 보내기 싫은 거야
그러니까
한 판만 더
난 드라마처럼
잘생긴 도깨비가 아니야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제법 괜찮지 않아?
돈도 없고 차도 없지만
웃길 자신 하나는 있어
달빛 아래 우리 둘이
밤이 새도록 놀아보자
오늘 밤 좋다
기분도 좋다
도깨비가 제대로 신이 났다
한 판 하고 한 판 더 하고
이번 판이 진짜 마지막!
꼬끼오—
……잠깐
벌써 아침이야?
야!
이번 판은 다음에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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