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나다.
나다.
나다.
잠깐.
나 아직
말 안 했는데?
왼쪽 한 발
저놈도 왼쪽
오른쪽 한 발
저놈도 오른쪽
내가 걷자
따라 걷는다
내가 멈추자
같이 멈춘다
눈을 찡그려
똑같이 찡그려
픽 웃었더니
저놈도 씩 웃어
야, 범아!
따라 할 거면
좋은 것 좀 해라
왜 하필
싫은 것만 골라 하냐!
말 끊는 것도
고개 까딱하는 것도
대충 듣고
아는 척하는 것도
그것까지
똑같이 하냐!
말투도 나다
걸음도 나다
버릇도 나다
표정도 나다
야.
그건 하지 마.
그건 하지 마.
나다! 나다!
저놈도 나다!
말투도 나다!
버릇도 나다!
나다! 나다!
전부 다 나다!
싫은 것만
쏙 빼닮았다!
범아!
뭘 바꿀래!
너냐!
나냐!
나다, 나다, 나다!
나도 안다
나 잘난 거 없다
말은 세고
성질은 급하다
받은 건
금방 잊어도
준 건
오래 기억한다
사과할 땐
말이 짧고
핑계 댈 땐
말이 길다
내가 봐도
참 별로다
근데 그걸
네가 왜 아냐?
내가 입을 닫았다
범도 입을 닫았다
내가 눈을 깜빡였다
저놈도 깜빡.
그런데.
내가 숨을 참았는데
나도.
뭐?
나다, 나다
저놈도 나다
내가 안 한
말까지 한다
나다, 나다
저놈도 나다
한 번 마주친 놈이
왜 나보다
나를 잘 아냐!
나를 잘 아냐.
나다! 나다!
저놈도 나다!
눈빛도 나다!
표정도 나다!
나다! 나다!
전부 다 나다!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이다!
범아!
그만해라!
거기까지만
따라 해라!
나다!
나다!
나다!
나다!
이번엔
내가 먼저 간다.
왼쪽.
오른쪽.
멈춰.
이번엔
안 따라오네?
고개를 들었다.
아무도 없다.
발소리도 없다.
목소리도 없다.
나다.
범은 갔다!
범은 갔다!
근데 왜
내 목소리가 남았다!
범은 갔다!
범은 없다!
그런데 왜
내 버릇은 남았다!
나다! 나다!
남은 건 나다!
못난 것도 나다!
싫은 것도 나다!
남 탓하던 나다!
외면하던 나다!
알겠다.
저놈이
웃긴 게 아니었다.
내가 보기 싫었던 건
나였다.
나다.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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