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보이는 이들은 말하오.
쳐다보지 마라.
볼수록 커진다고.
그런데 나는...
본 적이 없소.
나는 분명
보이지 않는데
왜...
점점
커 보이는 것이오.
내 공허함이
만들어낸 허상이오.
아니면...
진짜
내가 보이는 것이오.
눈을 감아도
같은 어둠.
눈을 떠도
같은 어둠.
십년을
그렇게 살았소.
헌데 오늘은
어둠 속에
어둠 하나가 더 있소.
처음에는
아비만 했소.
조금 뒤에는
나무만 했고
또 조금 뒤에는
지붕을
넘었소.
보지 마라.
쳐다보지 마라.
볼수록
커진다.
나는 웃었소.
내가 무얼
본다는 것이오.
나는
장님이오.
그런데 이상하오.
사람들이
겁을 먹을수록
그것은
더 커 보이오.
사람들이
물러설수록
그것은
더 가까워 보이오.
한 자.
두 자.
세 자.
커진다.
분명
나는 본 적이 없는데.
내가 보는 것이오?
아니면
내 공허가
보고 있는 것이오?
내 안의 어둠이
밖으로
새어 나온 것이오?
저놈은
나를 해친 적이 없소.
내게
손을 댄 적도 없고
나를
쫓아온 적도 없소.
그저
사람들이
바라보았소.
보고.
겁먹고.
또 보고.
그럴 때마다
저놈이
커졌소.
헌데 말이오.
이상한 것이
하나 더 있소.
사람들이
저놈을 볼 때마다
고개가
점점
위로 올라가오.
저놈을
올려다보는 줄 알았소.
보지 마라.
고개 숙여라.
쳐다보지 마라.
그런데...
모두의 얼굴이
내 쪽을
향하고 있었소.
그제야
알았소.
사람들이
쳐다본 것은...
나였소.
나는 장님이오.
그래서 몰랐소.
내가...
커지고 있었다는 것을.
내 공허함이
만들어낸 허상이오?
아니면...
처음부터
내가
어둑시니였던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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